스친 생각들

홍세화님이 말하는 우리시대의 진보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08. 7. 31. 17:17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이번 월요일에 한 홍세화씨의 강의내용을 간략하게! 요약해 보았습니다.
즐독해 주세요^^.



한국사회에서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하시더군요.

사실 한국사회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진보가 없었죠.
보수가 뭔지 진보가 뭔지에 대해 제대로 생각/논의가 되어 본 적도 없는 사회인 것 같습니다.
자칭 진보도, 오히려 더, 흑백논리에 매몰돼 내 적은 악/내 적의 적은 선으로 구분하고 맙니다.
뭐 그게 정답이던 시절도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만..

홍세화씨는 진보란
'진정한 만남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사회', '사회 구성원이 자기계발을 하는 사회'라고 정의하더군요.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만남, 자기 계발이 왜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구요.
서열화된 사회, 사적/물적 욕망에 매몰된 사회/ 사회적 안전망이 전무한 사회 등등요.

우리가 사회화되는 과정에서 갖게 되는 이 모든 가치관은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라는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내 생각은 어떻게 내 생각이 되었나?'
'한국사회 구성원의 생각은 어떻게 한국사회 구성원의 생각이 되었나?"

그람시가 얘기했나요? 한 사회를 지배하는 이념은 지배계급의 이념이다.

20:80의 사회에서 80이 20의 생각을 마치 내 것인양 그대로 내면화해서 갖고 있는 현실을 알아채고,
그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어낼지가 결국 한국사회가 진보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하게 될 터입니다.

사실 한 번 형성된 생각은 쉬이 바뀌지 않죠?
어떤 정보가 들어오더라도 자기 프레임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결정적인 뭔가가 있지 않는한요.

개인적으로는 폭넓은 독서/열린자세 토론/직접견문(경험/여행)/도(성찰)를 통해
주체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키울 수 있다라는 이야기도 있었구요.

촛불정국에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이야기가 많이 했죠?
정확한 의미는 몰랐는데, 'Republic'에서 'public'이 중요시되는 시스템이 공화국이라고 말씀하시네요.
'공공성', 요즘 차고 넘치는 단어이긴 합니다만, 그야말로 말로만, 입니다.
민중의 생존권보다 개인의 사유재산권이 중요한 사회는 공화국이 아니라고 단언하시더군요.

홍세화씨의 소망대로 우리 사회가 빨리 진보적인 사회가 되어
사회 구성원 개개인이 성공을 물적 욕망의 쟁취가 아닌 자아실현에서 찾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자아실현은 나로 인하여 세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삶을 사는 것이라는 주장에도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홍세화님의 추천도서는 'E.D.보에티'의 '자발적 복종'이었습니다.
파리 시민들이 이 책을 통해 '자발적 복종'의 개념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 가장 부럽다는 말씀도 하시더군요.
꼭 읽어봐야 겠습니다. 근데, 쉽게 씌여있지는 않다라고 하더군요ㅠㅠ;;;


역시 월요일에 한 수유+너머의 고병권씨 강의는
한 마디로 철학은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 위한 학문이다라는 내용이었구요.
(강의원고 첨부했습니다. 대충! 읽어보세요~~)
자기 스스로 생각하기 위해 공동체의 도움을 언급한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홍세화씨도 공동체를 실험하고 있다며 '마포 민중의 집'을 이야기하더군요.
제가 요즘 다니고 있는 길담서원도 일종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있거든요.
전적으로 모든 걸 같이 하는 의미의 공동체가 아닌
서로 도움이 필요한 부분에서의 공동체 활동이 하나의 흐름인가 봅니다.

이 공동체의 성패는 제가 직접 관여하고 있는 것도 있으니
나중에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결론적으로 홍세화님의 포스를 듬뿍 느낄 수 있는 아주 좋은 시간이었구요.
불과 2번만에 끝나서 아쉽기만 합니다...
앞으로 홍세화님 강의 있다고 하면 만사 제치고 쫓아다닐 것 같습니다^*~~

기억하실려나요?
지난 번에 공화국에 대해서 이야기했었는데..
(요즘의 화두중의 하나죠? 촛불 집회에서 울려퍼진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Republic의 public은 공공성이라고 말씀을 드렸었죠.

이번 강의 역시 공화으로 출발했구요.
공화국에 있어야 할 것으로 3가지를 말씀하시더군요.
1) 자유로운 시민들 (주체)
2) 공익을 목표로 하는 사회 (목표)
3) 법의 권위가 지배하는 국가 (수단)

우리나라는 1) 2)가 없는 상태에서 3)만 가지고 운영되고 있죠. 것두 '법의 권위'가 아닌 '힘'으루요.
이러한 이유로 정치적인 민주주의는 어느 정도 진전되었지만,
정치경제적인 면에서는 공화국이라는 개념과는 반대로 가고 있죠.

요즘 앞에 '공'자 들어가는 것을 몽땅 민영화한다고 하는데,
'공'의 반대는 '민'이 아니라고 일침을 날리시더군요.
'공'의 반대는 바로 '사'랍니다.
공교육의 사교육화, 공공의료의 사적의료, 공기업의 사기업화 등등요.
그러고 보니 우리사회의 현실이 어느 정도는 보이는 것도 같습니다.

구체제에서는 가장 중요했던 것은 '질서'라고 합니다.
그 질서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하여 종교를 이용했구요.
프랑스혁명을 거치면서 질서보다는 자유/평등이 더 상위개념이 되었죠.
근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질서가 자유/평등보다 상위의 개념이 되고 있네요.
높은 사람들이 매일 방송에 나와 하는 말이 '법질서 확립...'인 것을 보면요.

질서가 자유/평등보다 상위의 개념이 되는 순간,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게 된다고 합니다.
Tolerance(똘레랑스)의 어원은 '참다'라는 거라고 합니다.
무엇을 참는 거냐면, '차이'를 참는 거죠.
신영복씨가 말씀하시는 '화이부동'과 같은 개념이랍니다.

차이가 차별/억업/배제의 근거가 되어서는 절대 안된다.
그러나 한국사회는 끊임없이 차이로 인한 차별을 합리화하고 있죠.
합리화하기 위해서는 차이를 교묘하게 변화시키게 됩니다.
여/남 차이는 우/열로, 성적소수자는 정상/비정상 등으로요.

우리나라 보수기득권층의 가장 큰 무기/자양분은 언똘레랑스랍니다.
'너, 빨갱이지?'
'너, 전라도 사람이지?'
이 두 마디로 모든게 정리되는 사회라고 합니다. 슬프게도 동의할 수밖에 없네요.

보수기득권층의 무기가 언똘레랑스라면 진보의 가장 큰 무기는 무엇일까요?
당근, '똘레랑스'입니다^^.

진보는 어려운 것, 힘든 것, 불편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내가 간다!라고 생각해야 한다는 강조하시네요.

진보는
이웃에 대한 상상력
이웃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
열정
이 3가지로 움직여야 한다고 합니다.

제 눈에도 거슬렀던 광고를 예로 들어서 말씀하시더군요.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줍니다'
아파트 광고였었는데 ,보면서도 이건 아니다 싶었거든요.
근데, 이웃(영등포 쪽방촌에 사는)을 생각하면서 그 말을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눈물이 나왔습니다.

이제 우리는 소유냐/존재냐에서 선택을 해야 합니다.
소유가 존재를 규정하는 세상, 그래서 관계망이 다 파괴되는 현실에 매몰되어서는 안됩니다.
존재/관계의 미학을 복원하는 일이 곧 진보입니다.

마지막 화두는 '자아실현과 생존'이었습니다.
자아실현은 모든 사람의 인생의 목표입니다. 또 누구나 갖고 있는 욕망이기도 합니다.
생존은 삶의 조건이구요.

자이실현하면서 생존을 담보할 수 있기는 사실 쉽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존할 수 있는 사회는 유토피아겠죠.
그렇다고 자아실현을 포기할 것인가?
그렇지는 않겠죠. 아니, 그래서는 안되겠죠. 양보는 있을 지언정 포기는 없다!가 필요합니다.

한국사회 구성원의 대부분이 자아실현을 못하는 이유는
생존조건을 너무 높게 잡고 있어서 그렇다는 진단도 가능합니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생존 조건을 낮게 잡으면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의미네요.

물적 조건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느냐
게으름에 얼마나 저항할 수 있느냐가
진보로 살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한다고 강의의 결론이라면 결론입니다.

불편함을 무기로,
불편함을 선택함으로써 끊임없이 노력할 때 자아실현은 성취될 수 있습니다.
이웃에 대한 상상력,
이웃의 고통에 대한 상상력을 무기로
이웃속의 나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자아실현을 위해 공부할 것!
문제를 풀 줄 아는 인간보다 문제를 제기할 줄 아는 인간이 될 것! 이 주어진 과제입니다.

끝나고 뒷풀이 시간에 몇가지 여쭤봤습니다.
한겨레신문사 정도면 최소한의 생존조건을 확보하면서 자아실현을 성취할 수 있는 직장이냐는 질문에
'대체로 그렇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워낙 박봉이라 힘들긴 하다는 것을 덧붙이십니다.
7~8년차 기자가 월200정도 받는다고 하네요.

자이실현을 위한 공부는 어떤 것이나,는 질문에
어렵다,며 더 어려운 주문을 던집니다.
주류가 요구하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단, 주류에는 편입되면 안된다.
한마디로 불온해져라.

어떻게 생각하면 쉽습니다.
주류가 요구하는 조건을 갖춘 상태에서 주류를 택하지 않는 거는요.
문제는 주류에 편입하고 싶은 데, 주류에 편입하지 못하는게 문제죠.
안하는 것보다 못하는 게 더 견디기 힘든 거쟎아요.

한국은행에 다니는 나는 주류냐 아니냐?
어느 정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재테크에 관심을 갖지 않고 사는 나는 진보냐 아니냐?
사교육과 일정 정도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아이를 키우려고 하는 나는 또 어떻구?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에 잠을 설쳤답니다 ^^.

짧아야 되는 데, 길어졌네요.
그냥 대충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