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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담서원은 나의 아지트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10. 2. 18. 22:30

 

 

길담서원은 제 아지트에요.

한참 전부터 바랐어요. 길담서원같은 곳이 생기길요. 그것도 집 근처에요.

제 소원이 강력했었나봐요.

어느 날 마법같이 짠~!하고 길담서원이 나타난 것을 보면요.

 

길담서원과 함께 한 지난 2년간 무척 행복했어요.

생판 모르는 중국어로 동양고전을 공부하겠다는 만용도 부려보았구요.

(덕분에 한문 나오면 대충 해석이 가능해 졌어요)

백야제에 참석해서 밤을 새우는 경혐도 몇 번 했어요.

(백야제 끝나고 길담서원을 나섰을 때 코 끝에 느껴지던 새벽공기의 날카로움이 다시 느껴지네요.)

책여세 모임도 몇 번 참석했구요.

(몇 번 가고 말아 홍시님께 미안해요.)

하늘재 기행도 갔었네요.

(관음리에서 미륵리로 넘어가는 하늘재 길은 현재와 미래를 의미한다라는 돌꽃님의 설명에 더 빠졌지만요.) 

아, 최근에 했던 현대미술 강의도 빼놓을 수 없네요. 

(제가 접한 최고의 현대미술 강의였어요.)

피아노연주회, 음악감상회도 여러 번 있었어요.

(음악에 문외한인 데, 길담에서 하는 음악연주회를 통해 공명이 뭔지 알았어요.)

다음 달부터는 어른을 위한 인문학교실도 시작되네요. 무척 기대되요.

 

길담서원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에다 제 손때를 묻히는 일도 무척 설레는 일이에요.

커피 한 잔 하고 있노라면, 뽀마님이 간식도 빼놓지 않고 챙겨줘서 더 좋아요.^^

 

길담서원은 예비중3 아들과 공유하는 공간이기도 해요.

울 아들은 엄마와 함께, 때로는 혼자 길담서원에 드나들어요.

청소년인문학교실, 청소년콩글리쉬반 등에 참여했었거나 지금도 참여해요.

얼마 전 "길담서원을 못만났으면 내 인생이 어땠을까?" 하더군요.

길담서원과 함께 한 2년의 시간이 아들의 인생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무척 궁금해요.

 

울 아들이 길담서원에 드나들며 안좋아진 것도 있어요.

벌써 커피맛을 알아 버렸지 뭐에요.

길담서원 커피가 가장 맛있대요.

엄마가 커피 마실 때는 자기도 꼭 마시려고 해요.

냅둬야 하나, 말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길담서원이 낯선 분들께, 길담서원을 이렇게 소개하고 싶어요.

오며가며 심심파적으로 들를 수 있는 곳이에요. 

같이 모여 꿍꿍이 속을 펼쳐보일 수 있는 곳이에요.

아무 생각없이 들러리 노릇만 해도 되는 곳이에요.

나의 영역과 다른 영역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에요.

때로는 나른하고 때로는 치열한 곳이에요.

때로는 익숙한 것이, 때로는 낯선 것이 펼쳐지는 곳이에요.

무엇보다 좋은 건, 나보다 내 지갑을 더 환영하는구나!라는 느낌을 갖지 않게 하는 곳이에요.

 

곳곳에 길담서원같은 곳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길담서원이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우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할 것 같구요.

지금보다 훨씬 다양한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이 개발되어야 할 것 같아요.

길담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나도 주인'이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게 운영되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살짝 힌트를 드릴께요.

어느 책에서 봤는 데, 사람들은 자기가 한 번 도움을 줬던 사람을 끝까지 챙기는 경향이 있대요.

이를 응용하면, 길담에 드나드는 사람들에게 길담이를 보살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일 거 같아요.

지금 하고 있는 소액후원제도 같은 것이 참 좋은 것 같아요.

길담이를 보살피고 보듬을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