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올레길

남한강 가을여행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15. 10. 22. 09:45

상처 견딘 물길에 가을은 깊어간다

등록 :2015-10-21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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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의 드넓은 자연습지. 겨울이면 큰고니·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온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의 드넓은 자연습지. 겨울이면 큰고니·흰뺨검둥오리 등 철새들이 날아온다.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남한강 가을여행
‘4대강 공사’ 얼룩진 남한강 스스로 되살아나…버드나무·갈대·물억새 우거져 가을빛 완연
가을 나들이객 행렬이 전국 산과 계곡에 단풍잎처럼 깔리는 철이다. 높은 산 오르고 깊은 계곡 들어서야만 가을 정취를 누릴 수 있는 건 아니다. 서울 어디서나 1시간대에 닿을 수 있는 한강 중류, 남한강 물길에도 가을은 깊어간다. ‘4대강 공사’ 견디느라 상처로 얼룩진 물줄기에도, 버드나무 다시 자라오르고 갈대·물억새 우거져 가을빛을 내뿜고 있다. 멀고, 붐비고, 차 막히는 이름난 단풍여행지들이야, 그렇게 불타오르게 내버려두고, 가족끼리 연인끼리 물길 따라 한적한 남한강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인공습지와 자연습지의 차이, 인간이 개입해 망가지는 물길과 스스로 자정작용을 통해 되살아나는 이치, 옛 모습 그대로 흘러오고 흘러가는 물길의 소중함을 되새겨볼 수 있는 여정이다. 남한강 물가의 인공습지·야생습지에 조성된 아기자기한 탐방로와 야산의 명품 숲길을 찾아간다. 주말에도 크게 붐비지 않고 평일이라면 쓸쓸할 정도로 한적한, 가을이 깊어갈수록 제빛을 발하는 곳들이다.

경안천 하류·팔당호반의 생태습지공원들

남한강변 생태공원 산책
남한강변 생태공원 산책
먼저 경기도 광주 경안천 하류와 팔당호 남쪽의 생태습지 공원들이다. 물길 따라가며 구석구석 둘러보는 습지 탐방 드라이브 여행이다. 경안천은 용인시 처인구 호동, 문수봉 자락에서 발원해 곤지암천과 합류해 팔당호로 흘러드는 한강 지류다. 2000년대 초반까지 ‘죽음의 강’으로 불릴 정도로 오염이 극심했던 하천이다. 지속적인 오염원 제거와 수질정화를 통해, 이제 물고기가 살고 철새가 날아오는 생태하천으로 거듭나고 있다. 하천의 자정작용 원리를 적용해 경안천 하류에 조성한 생태습지들도 수질정화에 도움을 준다. 광주시 퇴촌면 정지리, 경안천변의 ‘경안천습지생태공원’은 수도권 상수원인 팔당호로 흘러드는 수질을 정화하는 ‘공장’인 동시에, 다양한 습지 동식물들을 관찰할 수 있는 생태공원이다.

“가을~겨울이면 떼 지어 몰려오는 철새들이 바로 경안천이 살아났다는 증거죠.”(경안천시민연대 도윤석 사무국장) 지난 2004년, 경안천 물을 정화시켜 팔당호로 내보낼 목적으로, 강변에 흩어져 있던 논들을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는 습지로 가꿔 선보였다. 도윤석 사무국장은 “습지 조성 10년을 넘기면서 습지가 스스로 순환하는 자연형 습지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제방 바깥쪽은 손대지 않은 자연습지 그대로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멀고 붐비고 차 막히는 단풍여행지
그렇게 불타오르게 내버려두고
가족·연인끼리 가까운 물길 따라
주말에도 안 붐비고 평일엔 고즈넉한
습지 탐방로, 명품 숲길 걸어보자

지난 주말 찾아간 경안천습지생태공원 2㎞가량의 탐방로는 은근한 가을빛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연밭·부들밭·갈대밭으로 이뤄진 인공습지는 나무데크로 아기자기하게 이어져 있고, 인공습지와 자연습지를 가르는 직선 탐방로(수변산책로)엔 벚나무·버드나무 등이 늘어서 가을 정취를 내뿜는다. 광활한 자연습지는 갯버들과 갈대가 울창한 숲을 이루고, 수면은 수질정화 식물인 부레옥잠과 마름들이 덮었다. 그 사이로 어치·개개비·물까치들이 날고, 멀리 갈대숲 너머론 점점이 오리떼가 흩어져 있다. 도씨는 “야생습지에선 삵·너구리 보호종도 관찰된다”며 “겨울이면 큰고니·흰뺨검둥오리·원앙 등이 날아와 장관을 이룬다”고 자랑했다.

인공습지는 퇴촌면 공설운동장 옆 강변에도 만들어져 있다. 325번 지방도를 타고 올라가 광동하수처리장앞 사거리(퇴촌면 소재지) 지나 오리교 앞에서 좌회전하면 광동청정습지에 닿는다. 아직 인공으로 조성한 느낌이 물씬 풍기는 습지지만, 탐방로가 꽤 길고 아기자기하다. 인근 주민들의 요긴한 산책공간이자 휴식처다.

팔당호 쪽으로 더 올라가면 남종면 소재지 지나 경기도수자원본부(9층짜리 건물)를 만난다. 이 건물 9층에 마련된 ‘팔당 전망대’에서 팔당호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강 북쪽의 다산유적지·두물머리, 그리고 소내섬 등 갈대로 덮인 크고 작은 섬(하중도)들이 꽤 운치 있는 경관을 안겨준다. 무료 시설로, 오후 6시엔 문을 닫는다.

물길 따라(342번 지방도 따라) 잠시 달리면, 귀여리 ‘물안개공원’이 나타난다. 물안개가 많이 끼는 지역이란 뜻이지만, 맑은 날 자전거 빌려 타고(1인승 1시간 3000원, 2인승 6000원) 강변길 한바탕 달리기 좋은 곳이다. 길이 2㎞ 남짓 되는 인공미가 물씬한 섬인데, 큰 나무들이 없어 황량해 보인다. 그래도 구석구석 살펴보면 노랑어리연꽃이 한창인 연못, 물억새 우거진 산책로, 오리떼 노니는 습지 등이 나타난다.

양평군 운심리의 한강생태학습장 숲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양평군 운심리의 한강생태학습장 숲길.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갯버들 울창한 남한강 습지 한강생태학습장

가을 정취를 누릴 만한 또 하나의 울창한 강변 숲을 양평군 강하면 운심리에서 만날 수 있다. 남한강과 항금천이 만나는 지역에 조성한 한강생태학습장이다. 옛날 골재 채취로 훼손된 채 방치돼 있던 강 둔치에, 생태 복원 과정을 거쳐 2004년 개장한 생태학습장(7만여㎡)이다. 10년 동안 습지 생태가 안정화되면서, 다양한 습지 동식물이 공존하는 습지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물의 흐름과 다양한 정화 식물들을 통한 수질정화 과정을 직접 관찰하며 숲길을 산책할 수 있어, 어린이·청소년 생태학습 공간으로 활용된다. 바로 옆의 강하공공하수처리장에서 침전, 슬러지 제거 등 5개 과정을 통해 정화시킨 물을 이곳으로 흘려보내, 다시 모래·자갈을 통과하고 습지식물들에 의해 자연정화된 뒤 한강으로 흘러들도록 했다. 가족 단위로도 미리 예약하면 생태해설가의 안내로 습지식물과 물속 생물 관찰, 풀잎 염색 체험 등을 할 수 있다. 학습장은 탐방지구·완충지구·보전지구 3개 지구로 나뉜다. 보전지구와 완충지구 일부는 인위적 간섭을 막기 위해 탐방을 제한한다. 탐방지구는 울창한 숲 속에 아기자기한 나무데크로 이어져 있어 누구나 편하게 산책하며 습지생태를 관찰할 수 있다. 무료다.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광주시 곤지암 화담숲. 사진 이병학 선임기자

남녀노소 편안하게 가을숲 깊숙이-화담숲

경안천 지류인 곤지암천 상류, 곤지암리조트 옆 발이봉 자락(광주시 도척면 도웅리)에 노약자도 장애인도 어렵지 않게 탐방할 수 있는 수목원이 자리잡고 있다. 엘지상록재단이 조성해 지난해 일반에 개방한 대형 수목원 ‘화담숲’(135만5000여㎡)이다. 4300여종의 자생식물과 식재식물들을 덩굴식물원·수련원·자작나무숲·암석원·분재향기원·이끼원 등 17개의 테마정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화담(和談)은 ‘산책하며 정담을 나눈다’는 뜻이다.

요즘 한창 빛을 발하기 시작한 곳이 480여종의 단풍나무 품종을 보유한 단풍나무원이다. 붉은빛이 돋보이는 당단풍과 신나무, 노란 빛깔의 단풍이 눈부신 고로쇠나무류, 그리고 노르웨이단풍·적피단풍 등이 억새 우거진 산책로를 따라 펼쳐진다. 지난 주말 단풍나무원 숲길은 이제 막 붉고 노란 단풍잔치를 시작하는 중이었다. 10월말~11월초에 단풍이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두 시간 남짓이면 쉬엄쉬엄 완만한 나무데크 탐방로를 따라 숲을 한바퀴 돌아 내려올 수 있다. 노약자들은 숲속산책길 1코스 전망대 부근까지 운행하는 모노레일을 타고 오르면 된다. 오전 8시30분~오후 6시 개장(입장 마감 오후 5시). 입장료가 다소 비싸고, 주말엔 매우 붐빈다는 점이 흠. 평일 오전에 찾는 게 좋겠다. 어른 9000원, 청소년·경로우대 7000원, 어린이 6000원.

이밖에 경안천습지생태공원에서 한강생태학습장에 이르는 도로 주변엔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얼굴박물관, 분원백자자료관 등이 있어 들여다볼 만하다. 팔당대교를 건너 팔당호 북쪽으로 가면 다산유적지, 두물머리, 습지생태 정원인 세미원(10월말까지 개장)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덤 하나. 일교차 큰 날 이른 아침 경안천·팔당호 주변은 물안개 세상이 된다. 수면에서 솟아올라 서서히 뭉쳐지며 형성되는 구름띠가 장관을 이룬다.

광주 양평/이병학 선임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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