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위에 서보다

겸재 정선이 그린 부암동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10. 3. 14. 10:31

 

 

 

겸재 정선은 경복고등학교 근처에서 거의 평생을 사셨다고 합니다.

진경산수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신 분답게 사는 곳을 배경으로 그림을 많이 그리셨어요.

 

 

인왕제색도라는 아주 유명한 그림이에요.

청와대 무궁화동산에서 보는 각도와 비슷하게 나오는 것 같아요.

어느 여름날에 비 온 후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인왕산을 그린 것이래요.

팔순의 노화가가 그린 그림인 데, 아주 파워풀해요.

비 그친 직후에 이 근처를 지날 때면 저 역시 가슴이 뜨거워져 온답니다.

 

 

 

역시 유명한 청풍계란 그림입니다.

저는 청운초등학교 옆길로 인왕산 올라가는 길에 청풍계라는 바위에 써놓은 글이 있길래 그 곳을 그렸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미술계에서는 자하문고개 올라가는 길 왼쪽에 있는 벽산빌라 쪽을 그린 거라고 추정하는 것 같아요.

그게 맞겠죠? 어차피 옛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어요.ㅠㅠ::

그림에서 바람 소리가 들리는 것 같지 않으세요?

인왕산 인근을 걷자면 지금도 그 바람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하문 혹은 창의문이라고도 하는 곳이에요.

길담서원에서 10분이 채 안걸려(by 버스)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에요.

이 곳에 사는 저는 이 그림을 보고 깜짝 놀랐답니다.

길의 모습이 거의 변하지 않아서요.

급한 경사 탓에 버스 손잡이를 힘주어 잡아야만 하는 구간이 있는 데요.

그림에 그게 나타나 있지 뭐에요. 

그림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갔어요. 일종의 조건반사에요.^^

 

 

 

 

자하동이라는 그림이에요.

오른쪽에 러프한 산은 북악산이구요.

집은 사라졌지만, 북악산만은 지금도 여전해요.

북악산 바위는 해가 비치는 정도에 따라 그 느낌이 매번 달라요.

아침 해는 바위도 눈부신지 다 반사해 버리구요.

저녁해는 바위가 그대로 품어 버려요.

저는 해를 은근히 품은, 따뜻한 느낌의 북악산이 제일 좋아요.

해질녘에 청운공원에서 북악산을 바라보시면 제 말에 공감하실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