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감각을 이용하여 즐기다

[영화]유레루, 있는 그대로 보기의 어려움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06. 8. 24. 00:43

선전문구에 속아서(?) 영화 중반까지도 지나칠정도로 착하고 남을 배려하는 형의

이중적인 속마음을 다룬 영화인줄 알았다.

억압된 자는 내면에 파괴적인 속마음이 있다라는...

 

종반부는 긴장하면서 봤다. 예상했던, 그런 영화가 아니었다. 

아직도 맨 마지막 대사의 떨림이 느껴진다.

"형, 집으로 돌아가자".

그리고 뒤돌아보며 웃는 형의 모습.

간만에 접한 엔딩이 명쾌한 영화였다.

 

영화 보고 나오며, 사실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는 게 얼마나 힘든 건지에 대해 생각했다.

진짜 사실은 형 미노루의 세계이고,

내가 보고싶은 사실은 동생 타케루의 세계라고 할 때, 

어느 누군들 타케루의 세계를 택하지 않겠는가.

허구일 망정 그 세계는 "인정의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세계인 데...

 

이 영화의 백미는 타케루가 다리위에서 일어나는 사실을 왜곡하는 과정이다.

영화는 타케루가 감정적으로 미묘하게 흔들릴 때마다 한 조각 한 조각 기억을 완성해가는 모습을 절묘하게 보여준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에는 타케루는 다리위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혀 알지 못한다.

상황이 미묘하게 변해가면서 타케루는 다리위에서 일어난 사건의 기억을 꿰맞춰간다.

타케루의 최종 기억은 형의 말에 대한 반발로 완성된다.

진실이 뭐냐고 묻는 타케루에게 미노루는 대답한다.

진실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는 사람은 항상 너였다구.

 

타케루가 만들어낸 사실은 형 미노루가 치에코를 죽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법정에서 그 사실을 고백한다. 진실된 형을 찾고 싶다며...

그 결과로 형은 7년을 교도소 복역후 출소한다.

형의 출소 전날, 가업인 주유소에서 일하는 사람이 찾아온다.

아내와 애까지 동반하고.

(정상적이라고 이야기되는 가족의 모습이자,

타케루와 형이 되돌아간 집의 모습을 보여주려는 감독의 심모원려인 듯 하다)

형을 찾아가서 집으로 돌아오도록 하자며...

거부하는 타케루.

형을 되찾기 위해 진실을 고백한다더니 이제와서 외면한다고 비난하는 그.

왜 우리에게서 그를 빼앗아갔나며 다시 돌려달라고 절규한다.

 

우연히 발견한 옛 추억이 서린 테이프. 거기서 발견한 사실은 자신을 사랑한 가족의 모습이었다.

타케루는 맘 편히 도망가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사실을 왜곡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구 위에 쌓은 자신의 세계는 낡고 흔들리고 썩은 다리였다.

그 깨달음과 함께 타케루는 자신이 왜곡시킨 다리위에서의 기억의 진실을 알게 된다.

 

타케루는 급히 감옥으로 가나 형은 이미 어디론가 떠난 후다.

돌아오는 타케루의 눈에 저 건너편 형의 모습이 보이고, 타케루는 외친다.

"형, 집으로 돌아가자!".

많은 차량들의 소음으로 방해가 되긴 했지만, 그 외침은 형에게 전달된다. 

뒤돌아보며 웃는 형.

 

타케루가 형과 함께 돌아갈 집은 자기 마음 편하게 왜곡시킨 사실에 기반한 집이 아닌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인 집이다. 그 집에서라면 타케루는 행복할 수 있을 게다.

타케루뿐 아니라 우리 모두도...

 

 

p.s. 타케루역을 맡은 '오다기리 죠', 그 놈은 진짜 멋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