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친 생각들

**에게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04. 9. 6. 14:47
 엊그제 아들놈들이랑 영화를 봤습니다, '아라한의 장풍대작전'.

귀엽고 이쁜 류승범^^이 나오는 영환데요. 재미있게 봤습니다.

거기 나온 엽기적인 장면 하나를 소개하자면,

7존에 의해 봉인되었던 악의 축이 청계천 복개공사로 부활합니다.

부활한 악의 축(수천년동안 봉인되었던 악의 축은 피골이 상접한 파파랍니다)은

자신의 보검을 찾으러 전당포로 가서 보검뿐 아니라 전당포 주인의 진기까지

몽땅 흡수한답니다.

다시 시퍼래진 악의 축,

축 늘어진 피부를 가진 골룸이 된 전당포 주인.


잠깐 나온 장면이긴 하지만, 쪼그라진 골룸이 된 전당포 주인을 보며

제 모습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주에 연수갔었는 데, 거기서 들은 말.

**에 이런 미인이 있었느냐,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었느냐 등등^%$$&*.

이런 소리가 나오게 된 이유는 딱 하나. 밤이었습니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뽕 맞은 기운에 설쳐대다가 약기운이 떨어져가고 있는 것 같은...

자가진단하기로는 일명 중년의 우울증.

몇년전만 해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며 분개했던 봄도

이제는 무덤덤하게 지내키고 있고.

인제 어떤 걸로 다시 뽕을 맞을 수 있기나 할런지...

아마 이런 때 바람도 피우고 하나 봅니다만,

그런 시시껄렁한 것으로 인생 낭비하고 싶진 않구.

(제가 문학이나 철학쪽(특히 푸코)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문제에 관해서는

도덕적 판단을 유보하는 편이랍니다. 사람의 존재의의가

기성의 질서와 체제를 유지하는 것에 있지는 않을 거라 확신하거든요)


이래저래 마음이 우울하니 몸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하나의 도구라고만 간주했던 몸에 대해 다르게 봐 지기도 하구요.

재작년, 작년 두해 동안에 그동안 미뤄놓았던 생물학적 나이를 한꺼번에 먹으며

나름대로 깨달은 건, 몸 없는 존재란 없다는 것.


**님이야 매일 아픈 사람들을 상대하시니 그런 생각 더 많이 하실 듯 한데도,

중이 제 머리 못깎는다고 자기 몸 관리는 제대로 안되는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현기증 팍팍 날 정도의 생활을 영위하시는 것을 보건대요.

‘몸은 도구가 아닌 존재 그 자체다’,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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