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일찌감치 점심 먹고 '박수근 전' 보러 가기로 작당한
몇 명이 눈치껏 일찍 빠져나오긴 했는 데,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고 호사스런 경전식 하느라 결국 식후경은 포기할 수 밖에 없었음.
'나라도 본다'해서 어제 무거운 몸 끌고 드디어 관람.
워낙 유명한 화가의 모처럼만의 대규모 전시회라 그런지 예상보다 사람이 무지 많았음.
갤러리 측에서 공언한 대로 거의 모든 대표작이 망라되어 있어 입장료가 아깝지 않았음.
그림들 쭉 훑어 보면서 느낀 것들.
'박수근 그림'이 인기있는 이유는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을 어렵지 않게,
직접적으로 건드려 주기 때문인 듯. 60년대, 서울 변두리 출생인 내게도 벌써 그 시절이
간접적으로 느껴지는 구나 라는 느낌도. 나와 동시대의 사람들은 과연 어떤 소재에
안에 있는 무언가가 직접적으로 건드려 지는 느낌을 받을까라는 궁금증도 가져봄.
박수근 그림의 특징. 주 소재가 일하는 여자라는 것. 같이 간 아들내미에게 그림속
인물들을 보며 엄마가 생각나지 않냐고 거듭거듭 물어봤지만, 대답은 'No'. 나름대로
생활인으로 살아온 것 같은 데, 왜 그럴까? 아마도 일의 공간과 생활의 공간이 분리된
탓일 듯. 나의 아들내미들은 어머님의 은혜를 부르며 눈물짓기는 불가능할 듯.
전시된 그림중 엄마를 연상케하는 그림이 뭐가 있냐는 나의 질문에 '독서'라는 제목의
그림을 하나 골라냄. 생활인으로 산다라는 나의 생각과는 달리 관념적, 유희적으로만
살아가는 나의 실체를 발견한 것 같아 좀 씁쓸했음. 하기야 나의 꿈은 '유한부인'이라고
공언하고 다니는 판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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