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친 생각들

[단상]출근길에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04. 9. 6. 15:38
 

간만에 걷기로 작정한 출근길.

통통 튀는 걸음으로 활기차게 걷고 있는 내 눈에

‘만리장성초일석’이라고 씌어 있는 액자가 들어 왔다.


‘그래, 만리장성도 돌 하나로 시작했지!’라며

주먹 불끈 쥐고 “파이팅!”을 외치려는 순간,

‘왜 내가 만리장성을 쌓아야 하지?’라는 의문이 들었다.

천리장성이면 어떠며,

백리장성이면 어떠며,

일리장성이면 어떠며,

돌 하나만 놓으면 어때서.

 

불끈 주먹 쥐며 올리려던 손 다시 내려놓으며 스스로에게 한 말.

“너에게 게으를 권리를 허하노라!”

시류(포스트 모던)에 너무 영합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고민이 들지 않은 바 아니었으나, 삶에 대해 내가 가지고자 하는 여유 혹은 유연성으로 정의하며, 고민 끝.


천천히, 여유있게, 욕심부리지 말되,

‘기대보단 못하고 걱정보다는 나은 게 사람 사는 일’이라는 데,

해야 할 어떤 걱정도 여유있게 맞닥뜨릴 수 있도록 내공수련은 열심히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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