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친 생각들

[기타]가족신문

sunny 존재 자체가 복음 2006. 3. 7. 09:23

현범이의 겨울방학숙제인 데요.

형아, 엄마, 아빠에게 이런저런 분담을 시키더니

정작 자기는 별로 하는게 없는 듯 하더이다.

 

But.

'꾸미기'는 누구에게도 미룰 수 없었나 봅니다.

개학 하루 전에 밤 12시 넘기면서 이리저리 오려 붙이더군요.

 

'평'이요? 음, 허접입니다^^(현범아 용서^^. 알지? 엄마 솔직한 거...).

 

원고만 모아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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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의 새해 소망


엄마 : 올해 소망? 음, 회춘. 회춘이 뭐냐고? 다시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거지. 물론 예뻐지기까지 하면 금상첨화구... 엄만 올해 최대한 몸에다 투자할 예정. 온갖 대체의학을 두루두루 섭렵하련다... 비법 발견하면 현범에게도 알려줄께^^. 또 하나 하라구? 현범, 현수와 여행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보고, 영화도 많이 보고 등등... 같이 즐거운 시간 많이 보내서 너네들이 나중에 엄마와 즐거웠던 추억을 많이 갖게 할거야!


현수 : 키가 좀 더 컸으면 좋겠다 (음, 걱정마. 엄마가 비법 발견해서 알려줄거야^^). 성적이 올라갔으면 좋겠다 (바라기만 하면 안되지. 노력을 해야지. 그런 말 있쟎니?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따라갈 수 없다. 거기다 하나 더.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 공부를 즐기도록 해... 그러면 성적도 올라갈거야^^)


할머니 : 가족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현수, 현범이가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다 (걱정마세요! 꼭 이루어질 거에요. 무엇보다 할머니가 건강하셔야 해요^^).


할아버지 : 건강이 회복되서 팔팔하고 싶다. 경기가 회복되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 (꼭 건강해 지시구요. 돈도 많이 버세요. 그래서 우리들 용돈도 많이 주시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주세요^^).


현범 : 축구화를 사고 싶다. 축구를 잘하고 싶다 (현범아, 축구화 어린이날 선물로 예약해 놨어^^. 축구는 잘하고 싶으면 기술보다 체력을 먼저 키워야 되지 않을까...)


인터뷰 : 이 현범 기자, 정리 : 김 선희 기자

 

1막 3장의 막을 올리며...

- 끝이 있는 곳에 또 다른 시작이 있다 -



내 나이 올해로 방년 17세. 얼마전까지만 해도 중학교 3학년이자 16세 이팔청춘의 나이로서 즐기며 살았었지만, 시간은 쉬지 않고 흘러서 이미 중학교 졸업식을 끝내고 고등학교 입학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민국 고등학생 하면 뭐가 떠오를까? 고등학교에 진학한다는 건 곧, 적어도 3년은 자야 할 잠 못 자고 놀 거 못 놀고 살아야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학교나 친구들, 생활 패턴... 모든 것이 익숙했던 중학교 생활을 영원히 접고 미지의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것도 지금의 나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불안해 하기만 한다고 달라질 것은 없다. 어차피 가게 되어 있는 고등학교를 이렇게 부정적으로만 봐서야 제대로 적응할 수나 있겠는가. 어른이 되기 전 청소년으로 남아 있는 마지막 시간이자 내 꿈을 이루기 위한 소중한 발판이 될 3년이 내 앞에 있다. 한 순간이라도 낭비할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다. 인생이라는 연극... 이제 막 고등학교라는 새로운 장의 막이 오르려 하고 있다.


- 이현수 기자 nineboy2000@naver.com -

 

공부, 공부의 시작....

- 수많은 시작 -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수 많은 시작에 매달리기 시작한다. 공부의 시작, 운동의 시작, 방황의 시작, 사춘기의 시작...


이렇게 많은 출발을 하는 이유는 내가 여태껏 미뤄왔던 일 때문이다. 보통 4학년이란 끝이자 시작이다. 수학으로 따지자면 기초, 기본을 벗어나 응용, 원리로 도약하는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태까지 할 일을 미뤄오기만 했다. 나는 숙제든 문제집이든 집에서는 하지 않았다. 심지어는 시험기간에도 공부를 하지 않았다. 나는 모든 짐을 지금까지 미뤄왔다. 그래서 비로소 지금 이 순간 그 무거운 짐을 털어놓기 위해 여태껏 미뤄왔던 일을 시작하여야 한다.


나는 5학년...

5학년이 돼서야 4학년의 짐을 풀어놓고 새로운 짐을 짊어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 짐을 짊어지고 새로운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 이 현범 기자 sorkgkffo8@naver.com -

 

우리 가족의 문화생활 체험기


우리 가족은 ‘즐기자’를 모토로 삼고 있답니다. 즐기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죠? 술 마시는 등의 자기파괴적인 즐거움부터 시작해서 남을 도와서 얻는 이타적인 즐거움까지... 그 넓은 스펙트럼중 우리 가족이 주로 추구하는 즐거움은 아는 즐거움, 보는 즐거움이랍니다. 앞으로는 남을 돕는 즐거움까지 영역을 확장해야 겠지만요... 이번 겨울방학에도 역시 우리 가족은 많은 즐거움을 추구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러분과 같이 나누고 싶은 활동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즐거움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니까요^^.


먼저 영화입니다. 보통은 엄마와 현수, 현범, 이렇게 셋이서만 영화를 보러 가는데, 이번 겨울방학때는 아빠도 같이 보았답니다. ‘나니아 연대기’와 ‘왕의 남자’, 2개를요. ‘나니아 연대기’는 1월 1일, 새해 첫 날을 기념하여 씨네큐브에서 보았는데요. 제2차 세계대전을 피해 시골로 피난 간 4형제들이 우연히 옷장 속의 새로운 세계-나니아 왕국-를 발견하게 되고, 얼음여왕의 횡포에 신음하는 나니아 왕국을 구원한다는 줄거리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 영화가 영국과 기독교적 세계관을 홍보하는 영화라고 거부감을 표출하기도 합니다만, 상징적인 부분을 배제하면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는 환상 - 언젠가는 내가 무용담의 주인공이 될 지도 모른다는 - 을 충족시켜주는 영화랍니다. 현실의 전쟁을 피해서 왔건만 환상세계에서의 전쟁을 기꺼이 수행 - 결과적으로 - 하는 심리는 무엇일까요? 우리는 ‘책임감’에서 그 답을 찾았답니다. ‘나니아 연대기’는 두 가지가 인상적이었는데요. 나니아 왕국의 얼음여왕은 전설이 이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하여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만, 결국 전설은 이루어집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만약 얼음여왕이 전설을 무시해 버렸다면, 그 전설은 결코 이루어질 수 없었을 겁니다. 의도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창출한 셈이죠. 만약 의도하지 않았다면 의도한 결과를 창출할 수 있었을 거구요. 어떤 철학자가 상당히 난해하게 전개한 이론이기도 합니다. 또한 인생살이가 어떠해야 할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위’와 ‘무위’, 어느 게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리고 지금도 궁금한 게 있는 데요. 나니아 왕국으로 통하는 문은 언제 열리는 건가요? 이 역시 ‘위’와 ‘무위’로 해석해 보려고 했는데, 잘 맞아 떨어지지가 않네요^^. 혹시 아시면 알려 주세요...


‘왕의 남자’는 이대로 가면 1,000만 관객을 넘길지도 모른다고 하네요. 대단하죠? 우리나라 인구가 6,000만인데요. ‘왕의 남자’는 15세 이상 관람가라 현범이에게 보여줄까 말까 고민도 했었지만, ‘불가’ 딱지 기준을 별로 신뢰하지 않을뿐더러 내용상 ‘불가’라고 하더라도 아니 그럴수록 더욱 더 부모와 같이 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같이 갔습니다. 영화 보면서 현범이에게 좀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재미있었다고 하네요. 역시 잘 만든 영환가 봅니다. 소위 ‘명작’이라는 것은 읽는 사람이 자기 수준에 맞춰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은 초등학생 수준에 맞게, 전문가는 전문가 수준에 맞게 수용할 수 있는요. 아직 상영 중인 영화이기 때문에 줄거리는 생략하구요. 영화 배경은 조선시대이지만, 철학적으로는 90년대 이후의 포스트모더니즘이 배경에 깔린 영화입니다. ‘너 죽거든 무엇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냐’ 장생의 질문에 공길이 대답합니다. ‘다음 생에도 역시 자유로운 광대로 태어나기를 원한다’. ‘자유인’이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이 추구하는 바 아닙니까? 조선 시대 광대가 진정 자유인이였냐에 대해서는 다르게 생각합니다만... 영화적 언어의 힘이 막강하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영화 보고 난 후 현범이가 국악이나 줄타기 공연을 보고 싶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제법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접할 수 있는 분야인 탓에 관심을 두지 못했었는데요. 이런 경험을 통해 사람은 점점 더 많은 관심분야를 만들고, 공부하고, 즐길 수 있게 되는 건가 봅니다.


엄마와 현수만 본 영화도 있는 데요. ‘이터널 선샤인’. 엄마는 영화의 가장 큰 즐거움을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돌아올 때의 낯선 이질감이라고 합니다. 간만에 그 즐거움 맛보게 해 준 영화였답니다. 신영복씨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 이런 글이 있습니다. "세모에 지난 한 해 동안의 어려움을 잊어 버리는 것은 삶의 지혜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잊지 않고 간직하는 것은 용기입니다." ‘이터널 선샤인’은 이 두 문장을 영화적 언어로 표현한 영화랍니다. 엄마는 ‘이터널 선샤인’ 만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습니다만, 현수에게는 좀 어려웠나 봅니다. 앞으로 엄마와는 영화 보지 않겠다고 할까봐 걱정입니다^^.


올해에는 더 많은 영화를 볼 예정입니다. 범위를 넓혀 연극도 보구요. 가능하면 춤 공연이나 음악 공연도 보려고 합니다. 국악 공연이나 줄타기 공연도 추가되어야 겠지요^^.


쓰다 보니 길어져서 영화 이야기만 하고 맺어야 될 것 같은 데요. 이번 겨울방학때 호젓한 중원 도시 ‘충주’로 여행도 했었구요. 현범이는 스키캠프를 두 번이나 다녀오더니 최상급 슬로프에서 논다고 하더군요. 거의 20년 전에 스키를 접한 엄마는 아직도 초급자 슬로프에서 어물쩡대고 있는 데 말이죠. 아, 그리고 현범이는 볼링도 시작했답니다. 그러고 보니 쬐그만 것이 안하는 게 없네요^^. 그래도 볼링은 아직 엄마 따라오려면 한참 멀은 것 같습니다.

김 선희 기자 sunny@bok.or.kr

 

 

엄마는 한국은행에 다닙니다. 한국은행은 은행이란 이름이 붙어있긴 해도 여러분의 예금을 받는 업무를 하지 않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 은행인지 잘 모를 거에요. 자, 한국은행이 어떤 일을 하는 곳인지, 엄마는 그 곳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해요~~


여러분 이번 설날에 모두 세배돈 받았죠? 세배돈 꺼내보시겠어요? ‘한국은행’이라고 씌여져 있는 것이 보이나요? 그래요. 그 돈은 한국은행에서 만든 거랍니다. 한국은행은 돈을 만들어서 다른 은행들을 통해 여러분에게 공급하는 일을 합니다.


또 통화신용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일을 하는 데요. 이 일은 아주 중요한 일이랍니다. 혹시 인플레이션이란 말을 들어 보았나요? 인플레이션은 돈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랍니다. 예전에는 1,000원으로 초코파이를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1,500원을 주어야만 초코파이를 살 수 있다고 하면, 500원만큼 돈의 가치가 떨어진 거랍니다. 그렇게 되면 예전하고 똑같은 소비를 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을 벌어야만 합니다. 그래서 돈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하여 돈의 가격인 금리를 올리거나 내리는 데, 이 일이 통화신용정책 수립 및 집행 업무랍니다. 금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답니다.


그 외에도 여러분이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고 받는 것처럼 은행간에도 돈을 주고 받는 일이 필요한 데, 은행들도 한국은행에 통장을 만들어 놓고 그 통장으로 돈을 주고 받는 답니다. 은행뿐만 아니라  나라도 세금 등으로 받은 돈을 한국은행에 예금해 놓았다가 필요할 때 찾아서 쓴답니다. 그래서 한국은행을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이라고도 한답니다.


여러분, IMF란 말 들어 보았나요? 우리나라는 1997년에 IMF 위기를 겪었는데요. 이것은 외국에서 물건을 사고 지급할 돈이 없어서 나라가 부도난 거랍니다. 그래서 급히 IMF란 국제기구에서 돈을 꿔서 부도 위기를 벗어났었답니다. 그런 경험이 있어서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벌어들인 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데, 이 돈이 외환보유액이랍니다. 이 외환보유액을 관리하는 업무 또한 한국은행의 아주 중요한 업무중의 하나랍니다.


엄마가 하는 일이기도 한데요. 한국은행은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일도 한답니다. 금융기관은 여러분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예금을 받는 곳이랍니다. 따라서 금융기관이 망하기라도 하면 수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게 된답니다. 그런 일이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한국은행은 항상 금융기관의 건강상태를 점검하고 있답니다. 엄마는 구체적으로 광주은행과 우리금융지주라는 금융기관을 감독하고 검사하는 일을 하고 있답니다.


마지막이네요. 한국은행은 경제 통계를 작성하는 일을 한답니다. 여러분 TV나 신문에서 지난 해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얼마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얼마라는 이야기를 듣거나 본 적이 있을 거에요. 그 자료 역시 한국은행에서 조사해서 발표하는 거랍니다.

김 선희 sunny@bok.or.kr